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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명대사와 함께 우리네 학창 시절을 책임져줬던 슬램덩크 극장판이 1월 4일부터 우리에게로 다시 찾아왔다. 작년 12월 일본에서 개봉을 시작으로 지난주 우리나라로 넘어온 것이다. 흔히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라고 할 정도로 슬램덩크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순간 누구나 매혹이 될 수밖에 없는 탄탄한 스토리와 극 중 인물들의 대서사시는 이 슬램덩크 원작의 최고 히트 상품이 아닐까 한다.

 

 

나뿐인가... 아직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예요... - 안 선생님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난 지금입니다! - 강백호


난 누구냐! 네가 말해봐 내 이름을 말해봐 난 누구냐?! 그래, 난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 정대만

 

 

혹시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간략히 소개해보자면, 슬램덩크는 일본 만화 잡지인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되었던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의 농구 만화로 1990년 해당 만화 잡지 42호로 연재를 시작하여 1996년 27호로 연재가 종료되었다. 그러나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전 세계 남성 분들의 맘에 뜨거운 열정을 불 지른 이 만화는 전 세계에서 무려 1억 부가 넘게 팔린 1억 부 클럽 만화이기도 하다. 이번 극장판 역시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맡았다.

 

 

그림 1.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화 포스터
그림 1.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화 포스터

 

 

영화는 역시 CGV영화는 역시 CGV가 아닌 평일 낮 여유롭게 보는 이 맛!
그림 2. 역시 영화는 CGV? 가 아닌 평일 낮에 여유롭게 보는 이 맛!

 

 

영화 입장권 인증영화관람에 팝콘이 빠지면 섭하다
그림 3. 영화관람에 팝콘이 빠지면 섭하다.

 

 

농구는 센터가 지배하는 게임이다. 안타깝게도(?) 피지컬적인 요소가 상당한 장점으로 부각되는 이 스포츠는 한 팀의 최장신이자 한 덩치 하는 골밑의 센터가 경기를 장악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왕년의 국가대표 센터 서장훈처럼!

 

그러나 이 센터를 지배하는 자가 있으니 바로 포인트 가드다. 한 팀에서 가장 신장이 작은 선수가 주로 맡는 이 포지션은 대신에 빠른 발과 민첩한 몸놀림, 화려한 드리블과 패스를 통해 경기를 조율하며 코트 위의 사령관 또는 플레잉 코치라고도 불리는 아주 중요한 포지션이다. 감독이 주문하는 작전 소화 능력 또한 갖추어야 하는 포지션이다. 따라서 경기를 지배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포지션은 아니다.

 

슬램덩크에서는 이 포지션의 역할은 송태섭이다. 사실 슬램덩크의 원작은 빨간 머리 풋내기 강백호의 시선에서 보는 관점에서의 만화다. 그렇다 사실상 주인공은 강백호다. 이 강백호가 혼자 라이벌로 생각하는 시크한 잘 생긴 에이스 서태웅 또한 주로 부각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팀의 주포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송태섭이라는 캐릭터가 원작에선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이 송태섭이 주로 팬인 분들에겐 이번 극장판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극장판의 사실상 주인공은 송태섭이기 때문이다.

 

송태섭 하면 반항아 이미지에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곱실거리는 올림머리, 왼쪽 귀에 있는 피어싱 있는 귀걸이, 그리고 왼쪽 손목의 붉은색 아대다. 이러한 부분들이 그의 어릴 적 삶이 조명되며 왜 이렇게 그가 다닐 수밖에 없었는지 이번 극장판에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롤모델인 세 살 터울 친형 송준섭과 함께! 이것이 아마도 극장판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스토리가 아닌가 한다.

 

 

그림 4. 이번 편의 주인공 문제아 송태섭
그림 4. 이번 편의 주인공 문제아 송태섭

 

 

극의 전반적인 큰 흐름은 슬램덩크를 접한 분들이라면 다 아시는 이 만화의 마지막 엔딩인 일본 당대 최강팀 '산왕공고'와 주인공들의 팀인 '북산고'와의 전국대회 시합이다. 최강 산왕에는 일본 전국최고 레벨의 각 포지션 강자들인 일본 No.1 포인트 가드 '이명헌', NBA급 전천후 특급 에이스 '정우성', 그리고 누가 봐도 정통 센터일 것 같지만 테크닉을 겸비하여 3~5번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올라운드 빅맨 '신현철'이라는 막강한 인물들이 버티고 있다. 이들을 넘어 전국제패가 꿈인 언더독 '북산고'의 뒤집기가 과연 이루어질까? 힘겹게 쫓아가도 20점 차로 도망가는 산왕북고를 맞아 과연 이들의 운명은? 극장에서 확인하시길. (물론 원작을 아신다면 원작과 결과는 동일하다)

 

앞서 말했듯, 이 슬램덩크라는 만화는 농구라는 스포츠적인 요소 이외에 인물들 간의 대서사시가 엮여있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캐릭터의 특징을 알고 있다면 재미가 더 배가 된다. 이번 극장판에서도 슬램덩크의 보이지 않는 조미료이자 역시나 숱한 명언을 가진 캐릭터, 폭력배 정대만과의 얽힌 이야기도 함께 나온다. 이번 극장판의 하이라이트는 그간 조명받지 못한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가미가 되어 있어 원작을 통해 캐릭터가 많이 부각되는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외의 캐릭터를 집중해 보는 재미가 있어 한층 더 해진다.

 

이번 편의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개인적으로 아래와 같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운 겨울 예전의 향수와 함께 뜨거운 열정을 다시 한번 가져보고 싶다면 이번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추전 하는 바이다. 필자는 아들이 아직 어려서 혼자(라고 애써 변명하며 혼자 즐기고 왔다.) 갔지만 12세 이상인 만큼 해당 연령층의 자녀가 있다면 같이 가서 설명도 해주고 관전한다면 더 색다른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나만의 관전평>

 

1.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도 인생의 화려한 언더독이 될 수 있다.

 

2. 송태섭으로 본 둘째 콤플렉스. 일본도 다르지 않는가 보다. 그러나 역시 어머니는 위대하다.

 

3. 역시나 명작은 명작! 결과를 알고 있어도 뜨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울컥울컥... 여기에 곁들인 영상미와 음악까지!!!

 

4.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갈 뻔한 스토리를 이번엔 조역을 자처한 강백호가 밝게 살려준다! 역시나 빛나는 존재감!!

 

5. 감정선이 이어가야 할 시기에 탁탁 맥을 끊는 듯한 회상씬이 약간의 옥에 티가 아닌 옥에 티. 그래도 서브캐릭터 송태섭을 위해서라면 참고 견뎌야 함. 견딜 만큼 값지고 소중한 장면들이 많이 있는 캐릭터였음을 느꼈다.

 

6. 일본 노래는 확실히 감정선이 안 살린다. 영화 마무리는 박상민의 '너에게로 가는 길'!

 

7. 끝에 티저영상이 아주 살짝 나온다. 그러나 감동이 배가 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