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은행 파산 사태, 미국 금융시스템에 나비효과 일으킬까?

현재 미국에서는 실리콘 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 SVB)의 파산소식이 뜨거운 감자이며, 이에 따른 미국 금융시스템에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유는 이 사태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은행 파산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이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은행 파산 사건). 이에 대해 간단히 소식을 요약해보고자 한다.

 

 

그림 1. SVB는 또 다른 금융위기의 원흉이 될 것인가?

 

 

1. 파산 사유 첫 번째, FTX부터 일어난 도미노 효과?

은행권 및 금융 사태는 작년 FTX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FTX는 전 세계 3위권의 암호화폐 거래소인데, 작년 11월 모든 고객의 자산 인출이 중단된 금융사기 사건 중 하나로 손꼽히며, 장부거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그런 형태의 거래소이다. 우리나라의 루나코인과 맞물려 엄청난 큰 곤경을 가지게 했던 사건이기도 하다.

 

 

관련 상세 설명은 아래 링크 참조

FTX 파산 - 나무위키

 

 

그런데 왜 FTX를 이제 와서 들먹이냐? 이유는 최근의 실버게이트(Silvergate)와 SVB모두 FTX와 거래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버게이트는 지난 수요일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하였고, 그다음 날인 목요일에는 SVB의 주가가 60% 이상 폭락하면서 파산의 전초전을 맞이한 것이다.

 

 

그림 2. FTX와 SVB, 그리고 그 밖에 거론되는 많은 은행들

 

 

2. 파산 사유 두 번째,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보유 채권의 막대한 손실

이로 인한 자금 유동성에 문제를 겪는 와중에 최근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정책으로 3년 단기 만기 국채 수익률이 4.71%까지 치솟는 와중에 SVB가 보유한 210억 달러 규모 채권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고작 1.79%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그들이 보유한 채권의 가치는 급격히 하락했으며, 결국 이 채권들을 매각했다. 채권 매각으로 SVB는 18억 달러의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었는데 이는 2021년 SVB 은행 전체의 순이익인 15억 달러보다 많은 금액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AFS란 Available-for-sale이라는 의미다. 즉 매도가능 금융자산이라는 의미다.

 

 

그림 3. 최근 금융 위기를 설명 (출처: 트위터 @GRDecter)

 

 

그림 4. SVB의 채권 매각에 대한 손실

 

 

문제는 이를 회사 주식으로 해결하려 했는데, 20억 달러 이상의 주식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려 했으나, 어려워진 경제 여건 등으로 인해 이 마저도 어려움을 겪음으로써 최근에 주가는 반토막 이상이 나게 된 것이다. 수요일 이 은행의 주가는 $267.83이었으나 파산 전 목요일 시장 마감에서의 주가는 $106.04로 반토막 이상이 난 것이다. 재작년인 2021년에는 미국 IT 기술주들의 엄청난 상승으로 인해 한 때 주가가 $747까지 치솟았던 전래도 있었으나 와장창 무너진 것이다.

 

 

그림 5. 파산 직전 목요일 SVB 주가

 

 

3. 파산 사유 세 번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술 시장

은행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은행은 벤처 캐피털을 통해 자금을 조달 한 기업으로부터 예금을 모으는 것이었는데, 최근 가파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스타트업 및 기술 시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로 인해 SVB의 예금이 적어진 이유다. 제한된 IPO 및 자본 시장의 위축은 이 은행에 예치할 돈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결과로 3대 신용정보기관 중 하나인 Moody's에서는 최근 이 은행을 보유한 SVB Financial Group의 신용 등급을 낮추고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였다. PitchBook에 따르면 SVB는 미국 VC지원 신생 기업의 50%를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130,000개 이상의 VC 기업에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래는 SVB에 자금이 묶여있는 기업의 명단이다.

 

• Circle: $3.3B
• Roku: $487M
• BlockFi: $227M
• Roblox: $150M
• Ginkgo Bio: $74M
• IRhythm: $55M
• RocketLab: $38M
• Sangamo Therapeutics: $34M
• LendingClub: $21M
• Payoneer: $20M

 

 

그림 6. 1999~2022년까지 IPO 수 (출처: 트위터 @GRDecter)

 

 

4. 뱅크런 사태 촉발. 이에 따른 파산

이로 인해 많은 고객들마저 은행의 신용도를 불신하여 예금을 대량 인출하는 이른바 '뱅크런'으로 이러한 사태가 촉발된 것이다.

 

 

그림 7. SVB 시스템 경고

 

 

그림 8. SVB가 인수한 Boston Private Bank 앞 전경. 많은 사람들이 예금 인출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출처: 트위터 @LawrenceLepard)

 

 

그림 9. SVB 앞 대기 중인 많은 사람들 (출처: 트위터 @marcfriedrich7)

 

 

5. SVB의 나비효과

문제는 역시나 이로 인한 나비효과이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First Republic Bank) 역시 은행 중의 매도세 속에 50% 이상 폭락했으며, 다른 대형 은행주 또한 마찬가지인 상태다. 

 

 

그림 10. 지난 한주간 대형 은행들 주가 상태 (출처: finviz.com)

 

 

6. 파산 규모는 역대 2위 규모이자 2008년 이후 최대 규모

서두에 거론했듯이 SVB 파산은 아주 상징적(?)인 규모이기도 하다. 이는 아래 차트를 보면 더 확연히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림 11. SVB는 지난 2008년 Washington Mutual Bank 이후 최대 규모이며 미국 역사상 두번째 규모의 은행 파산 사건 (출처: 트위터 @GRDecter)

 

 

2021년과 2022년에는 은행의 파산이 0개였으나, 2023년 SVB의 첫 번째 은행 파산으로 이는 2009년 이후 파산한 은행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엄청난 사건이다.

 

 

그림 12. SVB 파산은 2009년 이후 파산한 은행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 (출처: 트위터 @Grit_Capital)

 

 

7. 드러나는 문제의 실체, 내부자들은 알고 있었나?!

1) 미리 알고 주식 판매 및 성과급 잔치?

그러나 문제는 SVB의 내부자들은 이러한 행태를 이미 예견이라도 한 듯 미리 대처를 했다는 데에 있다. SVB의 CEO, CFO 및 CMO는 지난 2주간 총 440만 달러 이상의 주식을 판매할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은 정말로 이 사태를 몰랐을까?

 

 

그림 13. SVB 경영진은 지난 2주간 엄청난 양의 주식을 판매했다. (출처: 트위터 @GRDecter)

 

 

또한 SVB는 은행이 파산되고 FDIC에 압류되기 전에 자격을 갖춘 미국 직원에게 연간 보너스를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보너스는 지난 2022년 수행한 작업에 대한 것이며 이전엔 Axios에 따라 3월 10일에 지급될 예정이었다고 알려지나, 일부 보너스가 나중에 예정되어 있기에 지급되지 않았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이 부분은 영화 'Margin Call'에서 다뤄진 내용과 상당히 유사하다. 꼭 영화를 한 번 시청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2) SVB에 예치된 예금은 보호받지 못하는 돈

또한 SVB의 은행 예금의 2.7%만이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의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미국에선 $250,000의 금액에 대해 예금자 보호가 되는데, 무려 97.3%가 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아주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은행들이 FDIC 보험에 그다지 큰 흥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림 14. 총 예금 중 $250k 미만 예금이 예치된 은행 리스트 (출처: 트위터 @GRDecter)

 

 

또한 그들이 보유한 자산의 55.4%가 유가 증권인 것으로도 파악된다. 즉 자산의 반 이상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은행 업계 중 1위에 해당되는 양이기도 하다. 많은 양을 주식으로 보유했다면? 모두들 아시는 바와 같이 작년은 1년간 대하락장이었다.

 

 

그림 15. 자산의 대부분을 주식으로 보유했던 SVB. 전체 은행 중 1위에 해당된다 (출처: 트위터 @GRDecter)

 

 

이에 대해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캐피털(Pershing Square Capital)의 창업자이자 CEO인 전설적 투자자 중 한 명인 빌 애크먼(Bill Ackman)은 아래와 같이 말하며 다시는 은행에서 일하도록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SVB 고위 경영진은 기본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들은 단기 예금을 장기 고정 금리 자산에 투자했습니다. 그 후 단기 금리가 올랐고 뱅크런이 뒤따랐습니다. 고위 경영진은 망했고, 그들은 일자리를 잃어야 합니다."

 

 

3) 실패전문가로 구성된 SVB

엄청난 문제는 그다음이다. SVB의 고위 경영진들의 면면이 밝혀졌는데, 하나 같이 최악의 실패를 좌초했던 인물들이었다. 최고 행정 책임자는 2008년 금융위기의 원흉인 리먼 브라더스의 CFO였으며, 최고 위험 책임자는 2008년 위기 동안 독일 도이치 뱅크의 전무이사였으며 2007년에는 신용 등급을 이끌었던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 16. SVB의 CFO는 리먼 출신 (출처: 트위터 @GRDecter)

 

 

그림 17. 최고 위험 책임자는 도이치 출신 (출처: 트위터 @GRDecter)

 

 

여기에 재무 위험 책임자는 은행의 위험을 평가하기보다는 다른 일에 더 앞장서서 바빴다는(?)것도 드러났다. 본인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망각한 것이다. 미국의 총체적인 문제가 이 SVB에 모두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림 18. SVB의 재무 위험 책임자는 상당히 바빴다고 한다. 물론 다른 일로 (출처: 트위터 @The_Real_Fly)

 

 

더 엄청난 사실은 SVB의 CEO인 그렉 베커(Greg Becker)는 최근까지 샌프란시스코의 연방 준비은행의 이사회에도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에는 아래와 같이 엄청난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냈다고도 전해진다. 은행이 파산한 직후이다. 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망한 회사의 CEO가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내 부당한 부탁은 너희들이 그냥 주위를 둘러보고, 서로를 지원하고, 고객을 지원하려고 노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보다 약간 더 나은 결과가 될 수 있다."(My unfair ask is can you guys just hang around, try to support each other, try to support our clients... which may be a slightly better outcome than where we are now)

 

 

https://mobile.twitter.com/unusual_whales/status/1634693150601015298

 

 

8. 금융규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SVB 사태에 대해 미 재무부 장관 자넷 옐렌(Janet Yellen)은 SVB에 대한 구제 금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은행에 존재하는 문제가 다른 은행에 전염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 주요 골자이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이 덧붙인다. 무슨 말인지 상세한 해석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번 주말에 그 예금자들과 다른 관련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저는 주말 내내 은행 규제 당국과 협력하여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정책을 설계했습니다. 현재로서는 더 자세한 내용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We've been hearing from those depositors and other concerned people this weekend… I've been working all weekend with our banking regulators to design appropriate policies to address this situation. I can't really provide further details at this time)

 

 

트위터에서 즐기는 Ron Pragides 

 

 

SVB는 현재 FDIC의 보호아래에 있다. FDIC는 근로자에게 45일간의 기간을 주고 이후에는 해고될 것으로 전해진다. SVB에는 전 세계적으로 8,500명가량의 직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이런 상태에서 미 재무부는 구제가 없다고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과연 앞으로 어떤 대책이 강구될 것인가?

 

이러한 상태에서 FDIC는 SVB에 대한 경매를 일요일에 시작했으며 최종 입찰은 미국 시간으로 월요일 오후까지로 예정되어 있지만 블룸버그는 그 결과가 오늘 안에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SVB를 입찰가로 달러당 60~80센트로 사겠다는 제안을 한 상태이고(제안 사는 하워드 막스의 오크트리 캐피털로 알려지고 있음), 7,900억 달러 규모의 아부다비 투자청(ADIA)의 Sheikh Tahnoon 회장 역시 SVB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태다. 외국 자본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미국 최고 신생 기업의 50%가 넘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또한 한 트위터가 트위터가 SVB를 인수함으로써 디지털 은행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도 했다.

 

 

그림 19. SVB 인수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일론 머스크

 

 

Y Combinator CEO인 Garry Tan은 이 사태에 대해 SVB 붕괴가 '신생기업의 멸종 위기'라고 언급하며 이러한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신생기업과 혁신을 10년 이상 후퇴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 사태이니 만큼 슬기롭고 지혜롭게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CNBC에 따르면 SVB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 당국이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는 만큼 개개인에게로의 피해 또한 최소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계속해서 투자하기 어려운 여건이지만, 모두들 성투하시길!!

 

(투자 전문가가 아니며 특정 주식의 매도 매수 추천도 아님을 밝힙니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 본인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립니다)